시작하는 순간 - 시놉시스 :: 2004/06/07 21:47

1994년 경기도 가평군 두밀초등학교에 폐교령이 내렸다. 소리소문 없이 이미 1000여개 학교가 폐교된 상황에서 두밀리 주민들은 전국 최초로 폐교반대투쟁을 전개했다. 주민들은 1년이 넘게 스스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싸움을 했고, 많은 사회단체들은 지원의 손길을 보내왔다. 그러나 법원은 결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들은 패배했다. 그로부터 4년. 두밀리에서는 여느 시골처럼 고단한 농사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삶과 죽음도 반복됐다. 주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이웃 학교로 옮긴 아이들은 이제 중학생이 되고 또 고등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꿈들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새로운 학교를 세워보리라 마음먹었다. 폐교된 학교터에 새로이 일구고자 한 희망의 이름은 반딧불학교였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난 1999년. 활기로 뿌린 볍씨들이 연초록 벼로 자라고, 대금산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더위를 식히는 여름, 주민들이 꿈꾸던 새로운 학교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최후판결은 정부를 옹호했고, 그나마 찾고자 했던 학교터마저 주민들의 손에서 멀어졌다. 교육청이 요구하는 막대한 임대료와 수리비를 주민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폐교 반대할 당시 보여주었던 그들의 열의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고, 연대했던 사회단체들도 예전같지 않다. 그들은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던 즈음 먼 곳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에 반대해 이제 전국의 농어촌 주민들이 뭉쳤고 그들이 창립대회를 치른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두밀리 주민들도 초대되었고, 마을 대표로 연단에 나선 왕종설 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싸우던 그 때, 단 한 곳이라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다시 돌아온 일상,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그런데 1년간 공들여 키운 벼들이 때늦은 태풍으로 모두 누워버렸다. 진흙에 묻힌 벼들을 일일이 일으켜 세우고, 산허리에 붙은 논에서 볏가마들을 지게로 옮겨내야만 하는 힘겨운 노동... “여기 논이 있으니 이렇게 농사를 지어야지...” 계절이 지나 겨울, 2000년 1월.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란 아이들은 그들 나름의 선택을 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두밀리를 떠난다. “그래 진 싸움이지… 하지만 원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나의 꿈을 꾸었고 그 선택을 믿는다. 우린 사실 시작하는 순간에 이미 이긴 거야.” 산의 자식으로 태어나 산의 가르침으로 살았던 왕종설 씨의 말이, 새로이 낯선 길을 떠나는 아이의 등 위로 눈발처럼 흩날린다. 그리고 한해의 무사 안녕을 기리는 마음으로 정월의 둥근 달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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