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시간 - 인디다큐페스티발 자료집 프로그램 노트 :: 2004/06/08 21:52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더듬어 가는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던져주고 있는가? ‘미친 시간’은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이루어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루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세계 평화 유지와 국제 경찰로서 역할을 자임하는 미국의 패배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세계 민중들의 반전 평화 의지를 일어나게 했던 도화선이기도 했다. 한국에게 그 전쟁은 미국의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젊은 피를 흘렸던 곳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는 파병되었던 이들이 고엽제로 괴로워해야 했고,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미친 시간>은 이러한 피해자로서 한국을 다루고 있지 않다. 작품은 오히려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양민학살에 관해 이야기 한다. 과거 한국이 겪은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의 미국의 양민학살에 대한 한국민의 분노처럼, 베트남 사람들은 1960년대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에 분노한다. <미친 시간>은 여기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가해자는 누구인지, 피해자는 어떤 상태인지를 드러내는 것보다는 왜 그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 전쟁 속에서 겪은 인간적 고통은 무엇인지를 조용히 생각하게 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그 시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담담히 들어나간다. 학살 가운데 살아남아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그 때는 어린 아이였던 이가 성장하여 장년이 되어, 늘 현재처럼 다가오는 과거를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다. 죽음의 공포 속에 광기와 생존의 한 가닥 희망을 다잡아야 했던 파병 군인이 전하는 전쟁의 참혹함과 학살에 대한 회한을 듣는다. 이들에게 그 전쟁은 언제나 현재이고, 다큐멘터리의 안내를 따라 학살을 경험하는 이들에게도 현재이다. 작품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남겨진 짐을 말하고 있다. 이 짐을 풀지 않고 살아가기에, 현재는 과거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 학살의 현장은 덮어두고 싶은 과거로 ‘외면’되거나, 극한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던 것이라고 ‘변명’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려 하는가! (오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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