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 공동작업의 소중한 결실(소개글) :: 2004/06/07 15:36

공동작업의 소중한 결실
김동원
독립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소재와 제작방식의 ‘자유스런 선택’일 것이다. 따라서 ‘독립영화란 이래 저래야 한다’는 교조적 입장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 최근 독립영화계엔 ‘반란, 전복, 음란’ 등의 슬로건과 함께 극단적 자유주의로 흐르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시인이 노래하듯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자유만이 참이며 이는 세태에 관계없이 결코 변할 수 없는 진리인 것 같다. 세상과의 관계를 무시한 자유는 공허할 수 밖에 없으며 참 자유는 관계들 속에서의 불편과 고통을 감수할 때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독립영화의 진정한 독립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독립영화가 단순한 영화적 실험이나 개인 작업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찾을 때 비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계 내에선 소수세력이지만 독립영화는 사회적으로 소수인 여러 개인과 단체, 계급을 옹호, 지원하며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비로서 상업영화가 자질 수 없는 자신만의 힘을 갖게 된다. 이러한 연대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영화산업의 하부구조가 아닌 것처럼 독립영화는 사회운동의 한 분과도 아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가 영화예술과 사회운동의 한 분과도 아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가 영화예술과 사회운동의 사이에서 독자적 정체성을 가지고 한 영역을 이루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균형감 있게 실천하는 가운데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독립다큐는 독립영화진영 안에서도 소수자의 위치이지만 이러한 정신을 가장 올곧게 지켜왔다. 독립영화의 개념이 계속 변화해도 맞서 싸워야하는 정치적 현실이 존재하는 한 이를 비켜갈 수 없는 것이 다큐의 운명이며 불행하게도 우리의 다큐인들은 표현 양식적인 실험에만 열중할 수 없는 현실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봄의 총선연대 활동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힘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시민운동사에 있어 큰 획을 긋는 사건이다. <낙선> 은 총선연대 활동의 출발부터 에필로그까지를 꼼꼼히 기록하면서 특히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더욱 선명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낙선>은 독립영화의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규모와 조직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 개인이나 집단의 힘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사실 이 작품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공동작업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92년 백기완후보의 선거운동, 97년 초 국가보안법 및 노동악법 개폐 투쟁시 펼쳤던 독립영화진영의 공동영상사업의 전통을 <낙선>은 발전된 형태로서 잇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로 속보형식의 선전물제작에만 머물렀던 당시에 비해 완결된 작품으로 정리해 냄으로써 긴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 시민운동의 여러 영역에서 폭넓게 사용되리라 기대된다. 공동작업이 말처럼 손쉽게 멋있는 일이 아님을 우리는 과거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상이한 제작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칫 사소한 일에도 오해가 생기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열악한 제작조건을 감내하고 제작과정을 즐거운 경험으로 승화시킨 <낙선>제작팀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이미 놀라운 일을 해낸 것이다. 실로 <낙선>의 성과는 <파업전야> 이후 정말 오랜만에 이룩한 독립영화의 큰 승리이며 독립다큐진영의 가장 큰 경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작품세계에 기꺼이 헌신한 모든 분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들에게 찬사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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