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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윗 홈 - 국가는 폭력이다>, 그 후 2014년 상도4동 :: 2014/07/03 13:03

30개월 만에 상도4동에 다녀왔습니다.

이 글도 다녀와서 일주일이 지나 씁니다.

 

<마이 스윗 홈 - 국가는 폭력이다> 주인공 중 한 분인 천주석씨가 사는 동네입니다.

2009년 가을 천주석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처음 찾아갔었으니, 이 동네를 알아온 지도 꽤 됐네요.

 

2011<마이 스윗 홈> 작업을 끝내고, 영화제 상영 이후 한결 가볍던 마음으로 지내던 5, (당시 천주석씨는 용산참사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특공대 치사 혐의로 4년의 징역 생활 중이었습니다.) 영화 홍보를 위해 트윗 계정을 만들었고, 트윗을 통해 상도4동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용산참사 이후 중단되었던 상도4동의 철거작업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전작이 괜히 못나 보여서 한동안 후속작업 없이 다큐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고 있던 시점이었지만... 다시 상도4동을 다녀온 이후 곧바로 후속작업을 시작했습니다. 200910월 천주석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한동안 천주석씨의 아내를 촬영 해왔던 곳이기도 했고, 왠지 모를 부채감을 씻을 기회라고도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철거촌의 민낯을 직접 보는 일은 상당히 두려웠습니다. 철거민들의 딱한 사정과 함께 그들도 사람인지라 가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욕심이 무서웠고, 용역깡패들의 폭언과 폭행을 보면서도 말리는 말 한마디 못하는 것이 무서웠고, 그 와중에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서는 작품을 만들겠다면서 머리를 굴리고 있는 제가 무서웠습니다.

 

당시에 어찌하다보니 6월부터 <노동감상>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두 작업을 동시에 하자니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동감상>이 공동제작이라 다른 제작자들과의 약속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유로... 201112월 첫눈이 쌓인 상도4동에 작업중단을 고했습니다.

 

그래도 다큐제작자의 욕심은 미련이 남았었나 봅니다. 20121월에 저희 홈페이지에 쓴 진행작업 소개에 상도4동에 관한 짧은 시놉시스를 적어놓았습니다. 작업의 가제는 같을 에 안 자를 쓴 <동내>였습니다.

 

상도411구역은 타지역 철거민들조차도 혀를 내두르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악상황이 벌어지는, '철거지역'입니다. 양녕대군의 묘가 있는 지덕사 소유의 땅에, 30여년 전부터 가난한 시민들이 직접 집을 지어 동네를 이룬 이곳에,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가 시작된 것이 2008년입니다. 작년에 다시 철거가 진행되었고, 현재는 대부분의 집이 철거된 상황입니다. 지덕사가 고용한 용역과 경쟁업체가 고용한 용역이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곳, 정확하지 않은 보상 정보로 인해 서너 개의 철거민단체가 협력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곳... 한 동네의 풍경입니다.”

 

상도4동을 다시 찾아가는 일은 왠지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20131월말 천주석씨를 비롯한 구속된 철거민들의 출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단된 작업의 인물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심히 억지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희망버스를 촬영하면서 심심치 않게 천주석씨를 만났습니다.

작가님이라고 늘 제게 먼저 인사해주셨고, ‘고마우신 분이라고 늘 주변에 소개해주셨습니다.

반복된 천주석씨의 연락 끝에 30개월 만에 상도4동에 다녀왔습니다.

 

다시 본 상도4동은 30개월 전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집 서너 채가 더 허물어졌고, 몇몇의 주민분들이 더 동네를 떠났을 뿐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습니다.

30개월 전, 아니 처음 상도4동을 찾아갔을 때부터 이미 상도4동은 폐허였습니다.

그 폐허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고개 숙이고 앉아있었습니다.

개발을 이유로 부셔진 땅은 여전히 개발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에 대한 기대를 가진 이들이 찾아와 사람들에게 혼란스러운 말을 던지고 갑니다.

투쟁을 말하고 보상을 말하는 철거민 활동가들이 다녀가고, 보상으로 꾀고 폭언으로 밀어내는 시행사 용역들이 다녀가고, 다른 철거민 단체 활동가가 다녀가고 또 다른 용역 깡패가 다녀가고, 정보과 형사들이 다녀가며 이런 저런 말을 흘리고, 구청 관계자들이 시큰둥 둘러보고 갑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지켜진 말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캠코더를 들고 가지 않은 제 모습에 심히 천주석씨는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말끝마다 허허 웃어보이는 천주석씨의 목소리에는 체념이 깃들어 있는 듯 했습니다.

 

천주석씨 외에 상도4동분들은 저를 기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매번, 기자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늘 저를 기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랜만이네. 더 젊어진 것 같아.”라고 30개월 만에 반겨주시는 동네분들은 여전히 저를 기자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환희슈퍼 아저씨, 왕할머니 등등 동네분들은 더 늙어보였습니다. 생기 없이 눈을 피하는 눈동자가 그랬고 길게 이어지지 않는.. 제게 건네는 상투적인 인사말들이 그랬습니다.

 

별 다른 말 건네지 못하고 서둘러 일어서서 마을을 빠져나왔습니다.

 

누구의 행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상도411구역의 길들이 하나하나 펜스로 폐쇄되고 있습니다. 환희슈퍼 앞길이 유일하게 남은 길입니다. 환희슈퍼 앞길마저 펜스가 세워지면 상도411구역은 완전히 세상으로부터 가려지게 됩니다. 천주석씨는 7월 중으로 용역들이 마지막 작업을 시도할지도 모른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그 말 다시 여러분에게 전할 뿐입니다.

 

- 청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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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 <마이 스윗 홈> 스틸컷. 상도4동을 소개하는 천주석씨.

사진 3 : 중단된 작업, <동내> 스틸컷. 2011년 여름 상도4동 밤풍경. 길이 아닌 길들만이 보일 뿐이다.

사진 4~30 : 2014623일의 상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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